
서울 홍대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인 '홍대클럽거리'. 4층 건물 전체가 일본어 간판으로 뒤덮인 가게가 눈에 띈다. 내부도 목조 느낌의 인테리어에 일본풍 소품이 가득하다. 간간이 섞여 있는 한국어가 없으면 이곳이 일본인지 한국인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다. '롯폰기홍대'라는 이름의 이곳은 홍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자카야(술과 그에 따른 간단한 요리를 제공하는 일본 음식점)' 중 하나다. 이 밖에도 홍대 '유메노요코초', 강남 '이자카야나무' 등 일본풍 외관과 인테리어를 내세운 주점이 수년째 인기를 얻고 있다. 이자카야만큼이나 인기 있는 것은 '일본 가정식'이다. 홍대와 연남동 등 젊은이들의 발길이 닿는 곳에서는 일본 가정식 식당이 중식당보다 자주 보인다. 일본 가정식은 '카모메 식당' '심야식당' 등 일본 대중문화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해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일본 가정식을 표방하는 작은 가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데 이어 2015년 문을 연 '토끼정'을 시작으로 '오후정' '킨지' '후와후와' 같은 체인 레스토랑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기준 토끼정은 전국에 28곳, 오후정은 8곳, 킨지는 8곳, 후와후와는 2곳 등이 운영 중이다.
외식업계에서는 일본풍이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로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최근 5년 사이에 폭증한 것을 꼽는다.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2014년 228만명에서 지난해 659만명으로 3배가량 늘어났다. 올해는 태풍 영향 등으로 다소 감소해도 600만명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먹은 음식을 한국에서도 먹고 일본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일본풍 식당을 찾는 것이다.
특히 20·30대가 일본풍의 가장 큰 소비자다. 이들은 첫 해외 여행을 일본으로 가는 사례가 많을 뿐 아니라 일본 곳곳 맛집을 찾아다니며 일본 음식에 빠져 있다. 대학생 서지유 씨(24)는 "일본 삿포로에서 먹었던 수프카레가 맛있어서 한국에 있는 수프카레 맛집을 찾아다니고, 집에서도 직접 해 먹어 봤다"면서 "돈가스·라면·카레 등 테마를 정해 놓고 일본 맛집 투어를 다니는 친구도 많다"고 전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일본 만화·드라마가 익숙한 젊은 층은 일본 음식문화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일본 음식을 따라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덮밥처럼 그릇 하나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많이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을 국내 여행 가듯이 수시로 다니는 젊은 층은 흉내만 낸 일식이 아니라 진짜 일식을 먹고 싶어한다. 얼마나 일본 현지의 맛을 살리느냐가 성공의 비결이다. '일식집' '회전초밥'같이 오래전에 한국화한 일식이 아니라 '오마카세(주문할 음식을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스시코스)' '덴돈(튀김덮밥)' '가이센돈(회를 얹은 덮밥)'같이 일본 현지에서 잘 팔리는 메뉴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다. 강준수 킨지 대표(35)는 "일본 음식은 1인분씩 따로 나오고 한식에 비해 간결한 것이 인기를 얻는 이유"라면서 "젊은 소비자들은 (옛날 일식에 비해) 좀 더 시각적인 효과와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룸식 이자카야'와 '일본 가정식'이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한식뷔페 등이 4~5년 유행이 끝나면 사그라들었던 것과 달리 꾸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술 소비도 늘고 있다. 이자카야 등 일식당에서 일본 맥주나 사케를 같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많은 소비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어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들어 11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량은 8만t으로 2014년 같은 기간 2만9301t 대비 175.3%나 늘었다. 사케를 포함한 발효주는 올해 11월까지 5026t 수입돼 역시 2014년 같은 기간 3000t에 비해 67.5%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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